자기 돌봄을 하며, 하루하루 재미있게 보내고 있어요.
습하고 무더웠던 8월의 어느 날,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지역 살이'를 실행에 옮겼어요. 아이와 함께 농촌 유학을 오면서 강화로 이사를 왔답니다.
여기는 생산자가 이웃이에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농사를 지으신 분들이 가지며, 밤이며, 포도를 나눠주세요. 아는 분이 포도를 드시더니 "이 포도에서 '강화'의 맛이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여기 사는구나 싶었어요.
막 잡아온 간재미 회는 쫄깃해요. 된장 푼 물에 간재미를 푹푹 끓여 구수한 된장 간재미 국도 맛나고요. 아이가 기침할 때 한 스푼씩 주는 꿀은 동네 카페에서 만난 분들이 양봉한 꿀이고요. 고기 구워먹을 때 조연인 줄 알았던 텃밭에서 갓 따온 구운 야채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 줄 처음 알았어요.
가을걷이 때 동네 잔치를 준비하는데 고양이 손이라도 보태려고 갔는데, 시간의 반은 마시고 먹는 데 썼고 겨우 물건 한두 개 옮겼을 뿐인데, 직접 키운 상추를 손에 쥐어주시는 거예요. 여기는 작은 걸 하나 건네면 그것보다 더 큰 게 돌아오는 마법 같은 곳이에요.
십수 년 전에 이곳에 정착하신 분들이 따뜻하게 환대해주시는 덕분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답니다.
도시에서는 명확한 아젠다가 없으면 약속 잡기가 어려웠는데, 여기선 지나는 길이 비슷해서 동선이 겹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밥 먹고 갈래?" 하며 1~2시간 수다를 떠는 여유가 생겼어요. 자연이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제가 차리지 않아도 풍성한 식탁이 있는 삶이요.
멀리 가지 않아도 차로 20~30분이면 하늘도 보고 바다도 볼 수 있어요. 주말엔 여기저기 밥주는 모임들이 어찌나 많은지.
상반기에 힘든 일이 있었어요. 신념과 관련된 부분이라 불면증도 있었고,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이 있었어요. 다행히 해결이 되었어요. 그래서 하반기에는 자기 돌봄의 시간을 갖고 있어요.
연결에 대한 삶의 지향성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곳에 관심이 많아요. 호기심도 많고요. 이것저것 배우고 싶은 것들이 보이면 찾아가서 경험하고, 친구가 오면 함께 가보고 싶은 곳들을 다니고, 동네 주민들을 만나며 하루를 보내요.
2주전부터 주 3회, 5.2km를 느리게 달리고 걷고 있어요. 아이의 반 친구 엄마가 저보고 처음보다 건강해진 거 같대요.
그러면서 채용 담당자로서의 커리어를 어떻게 확장할지 생각을 모으는 중이고요. 해보고 싶었던 레고를 활용해서 10대 친구들이나 학부모 대상으로 정체성 워크샵도 하고 있어요.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알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일하는 시간이 줄면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하루의 시작은 아이와 함께 걸으며 물 위에 비친 윤슬을 보고, 동네 어르신들께 인사하고, 텃밭의 배추에 알이 얼마나 찼는지 보면서 시작해요. 어제 있었던 일, 오늘 있을 일,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이나 게임 이야기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죠.
하교 시간이 되면 아이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그네가 있는 곳으로 뛰어가요. 그네를 타며 친구들을 기다리죠. 정글짐 꼭대기는 무서워서 오르지 못했던 아이가 이젠 정글짐 꼭대기쯤은 쉽게 올라요. 전학 오기 전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학원에 다녀서 놀이터가 텅 비어 있었는데, 여기는 하교 후 놀이터에서 노는 친구들이 있어요. 하교길 친구들이 생겼답니다. 도시에서는 어린이 수영장은 비용이 부담되어서 참여하기 힘들었는데, 11월부터 아이는 물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출산을 하면서 수중 분만을 시도했을 때 느낌 '물의 힘'을 아이도 느끼면 좋겠어요.
박물관, 수족관에 가야 볼 수 있었던 것들이 여긴 지천에 있어요. 갯벌에서 잡아온 풀게를 키워보고, 날아다니는 게 파리가 아니라 사슴벌레일 때의 놀라움, 차 안으로 무당벌레가 들어오는 일상이 펼쳐져요.
한 달에 한 번 월요일 아침, 작은 강당으로 전교생이 모여요. 이번 달에 생일인 아이들을 위해 전교생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작은 선물도 받아요. 한 학년에 한 반, 한 반에 많아야 12명인 학교. 합창할 때도 전교생이 참여하고, 전학생의 첫날엔 전교생과 선생님들이 인사해주는 곳이에요. 물론 처음엔 이런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하답니다.
학원은 주변에 없지만 많은 비용을 내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어요. 학기별로 일주일은 교실이 아닌 곳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며 경험을 확장할 수 있고, 선생님들께서 한 명 한 명 집중해주실 수 있는 환경이랍니다.
강화에 놀러 오시면 연락 주세요. 수다 떨면서 시간 보내요 ☕